사랑의 원천이신 주님 찬미받으소서.
주님께서 부어주시는 사랑을 깨닫지 못한 채 눈먼 이처럼 살아가는 어리석은 우리들 통회하며 편지를 씁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사랑스러운 유스티나에게

성모님을 닮은 유스티나, 오늘 주어진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솔한 고백을 하고자 합니다.
그제 서울대공원 장미원 담장에 줄지어 핀 붉은색 넝쿨장미가 너무나 아름다워 한참 동안 넋놓고 바라보았더랬습니다. 나에게 예전에 없던 행동, 달라진 태도입니다. 아마 옛날 같았으면 그냥 예쁘네 하고 지나쳤겠지만, 이제 눈을 잡아끄는 아름다운 사물이나 풍경을 마주치게 되면 이제 놓치지 않으리 하는 생각이 드는가 봅니다.
생각해 보면 유스티나 당신은 참으로 아름다운 존재였습니다. 외모만 아니라 내면이 맑고 따뜻한 여인이었습니다. 처음 출판사 편집실에서 만났을 때 동료들과 구김살 없이 웃고 얘기 나누길 좋아하는 당신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매력적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당신을 좇아다니고 프로포즈 하게 되었겠지요.
그러나 결혼 후 일과 직장, 가정을 등한시하게 되는 사회적이고 대외적인 문제에 매몰된 세월을 보냈던 나는 늘 당신과 가정의 일에 온전히 몸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피상적이고 이념적인 그래서 정답이 없는 일들에 매달려 아이들이 성장하는 시기에 남편과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없었습니다.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이제 조금씩 철이 드는지, 당신이 얼마나 슬기롭고 현명한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시시때때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말 중요한 게 무언지를 모르고 섣불리 판단해 왔던 나를 용납하고 받아주기를 간청합니다. 이제 인생의 남은 기간 동안 당신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그 사랑을 갚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사랑이 필요한 양분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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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베네딕도에게

좋으신 주님, 오늘도 힘찬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할 수 있도록 건강한 시간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마스크 쓰고 생활하는 사이 어느덧 1년 하고도 반 년이 훌쩍 지나갑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정년퇴임한 남편 베네딕도와 그 이전과는 다르게 많은 시간을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마찰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 베네딕도와 나는 다른 면이 참 많습니다. 그래선지 서로 지적하는 일도 많이 생깁니다. 또 스스로 맘에 안 차는 생활습관을 고치려 해보기도 하지만 맨날 제자리 걸음입니다.
자연히 짜증도 날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서로 연민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 또한 모든 것을 헤아리시는 주님의 보살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베네딕도, 이제 우리 살 날 그리 많이 남지 않았어요. 서로 사랑합시다~

당신의 생각을 믿고 지지하는 유스티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