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 아브라함 ♥ 신○순 리디아 부부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손녀 라파엘라를 돌보아야 하니까 아내 리디아는 나에게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 돌아와서 도와주면 어떻겠냐고 넌지시 제의해 왔다.
이제 나이도 들었고 오래지 않아서 그만둬야 할 직장이라 리디아의 제의가 고마웠고 못 이기는 양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시간이 벌써 만 3년이 지나갔다. 이제 우리 손녀 라파엘라는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럽게 자라서 유치원에 입학하였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너무도 사랑하는 손녀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리디아의 짜증과 잔소리가 점점 심해져 견디기가 어려워졌다. 삼식이, 하버드 대학생, 남편이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거다. 나는 퇴직한 다른 친구들처럼 가정사를 가능한대로 도우려고 노력은 하지만 제대로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어느 날 리디아는 ME 주말 부부체험을 제의했고, 우리는 제2차 엠길 주말에 참여하기로 했다.
나는 이제야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조금 보이는 것 같다. 아내가 뭘 원하는지 또 내가 뭘 원하는지를 알기 위해 서로 대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부부가 남은 삶을 멋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엠길 주말에서는 부부간 대화의 기술이랄까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그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 같다. 엠길 주말을 통해 내 삶의 여정을 뒤돌아보면서,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뒤늦게 주님을 알아 본 제자들처럼 나도 나의 주님을 뒤늦게 알아보게 되었다. 내 배우자가 바로 하느님 아버지가 혼인성사로 맺어주시고 보내주신 나의 천사요 주인임을.
내 아내 리디아는 정말 좋은 여자이다. 예쁘고 상냥하고,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다. 뒤 돌아보면 아내의 말대로 나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가장의 책무에 짓눌려서 리디아를 제대로 챙겨 주지 못했다.
일흔이 다 되어서야 아내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고, 사는 날까지 리디아와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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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정말 잔인한 달 4월을 지내며 우리 모두는 너무 힘들고 아프다.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앞에서 감히 사는 게 힘이 든다는 얘기조차 꺼내기가 미안한 시간들이다.
60을 넘긴 우리 황혼 세대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노후도 별로 준비하지 않았고 그냥 현실에 처해진 대로 열심히 직장 생활하며, 아이들 키우며 살면서 예기치 않게 다가오는 큰 시련 앞에서도 용감하게 잘 대처하며, 견디며 살아왔던 것 같다. 또 신앙과 젊음이 있었고 또 부부가 함께 했기에 잘 헤쳐 나온 것 같다. 그 순간 순간들이 모여 우리 부부의 역사가 되었지만.
난 성당에서 교리교사를 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기에 며느리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손녀딸을 돌봐주는 것을 앞뒤 따져보지 않고 겁 없이 시작하게 되었다. 근데 이게 보통 만만찮은 일이 아니다. 젊은 시절 내가 아이를 키울 때와는 달리 우선 체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그래도 그 조그맣고 귀여운 아이와의 생활은 기쁨 그 자체였다.
아들 내외는 서울에서 생활하다 주말이면 내려와 아이와 함께 지내다 간다. 그 조그만 아이가 이별이라는 아픔을 작은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잘 참아 내는 것 같아 나는 더욱 손녀딸 보육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침에 손녀딸 등원시키고 오후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5시 이후에는 전화도 못 받을 만큼 나의 몸과 마음은 여유가 없다. 서로헤어지지 않아도 되고 늘 함께 하기위해 결혼이라는 걸 했지만 우린 살기위해서, 또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지방으로, 외국으로 늘 떨어져 살아야 했다.
혼자 조용히 살던 나에게 돌아온 남편은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물 한 컵도 본인 손으로 갖다 먹질 못하는 남편을 위해 세끼 식사준비는 나의 한계를 자주 이탈시켰고, 옛날에는 과묵하고, 가정사에 별로 참견을 안 하는 남편이 멋있게 보였는데 이제는 답답하고 무능하게까지 느껴졌다. 객관적으로 봐서는 남편은 집안일을 도와주지 못하는 것 외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사람이란 걸 안다. 알기 때문에 내 마음이 더욱 힘이 들었다.
아~내가 고작 이정도의 사람이었나. 젊고 돈 잘 벌어다 줄때는 불평이 없더니 이제 늙으니까 내가 남편을 구박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 마음이 힘이 들었다. 사람이 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해야 하지만, 마음이 아플 땐 우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쉽게 답을 얻질 못한다.
난 얼마가 될지 모를 남편과의 남은 시간을 정말 후회 없이, 사랑하며, 서로 위해주며 거들 짝으로서 잘 살다가고 싶다는 내면의 소리를 늘 듣는다.
불평하고, 짜증내고, 귀찮아하고, 이런 건 이젠 멈추고 싶다. 내가 그리던 은퇴 후의 생활이 이런 게 아닌데, 늘 마음은 혼란스럽고 무겁다.
이런 와중에 주보에 난 엠길 주말을 알게 되었고, 남편과 참가하게 되었다.
엠길 주말의 모든 과정은 우리의 본성을 건드려주고 나와 남편이 누구인지를 깨우쳐주고, 개인성을 존중하게 해주었으며, 왜 사랑하며 살아야 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너무나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 자각하게 해주었다.
주말 체험 중에 난 하느님이 심어주신 고유한 본성을 서서히 찾게 되었고, 나를 사랑의 손길로 어루만져주시는 그분의 손길을 봉사자들과 신부님의 희생적인 사랑 속에서 강하게 느꼈다. 배우자가 귀찮은 존재가 아닌 하느님께서 주신 고귀한 선물임을 다시 깨닫던 순간순간들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여기저기서 황혼이혼이란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만큼 우리처럼 잘 준비하지 못한 황혼부부의 삶은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자녀들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주기에 비단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제 상처받은 내 마음들이 어느 정도 치유가 됐으니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치유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그 방법과 길을 찾았으니 우린 어쩜 행운아 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 위해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함께 갈 동반자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주말 체혐 중에 건강도 안 좋으신 신부님께서 일일이 안아주시고 걱정해주시고 한 말씀이라도 더해 주시려고 애쓰시던 모습과 나누기 힘든 체험까지 들려주시며 아낌없는 지원과 봉사를 해주신 봉사자 부부님들의 사랑 속에서 무한히 사랑받고 있다는 행복감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대들이 계시기에 황혼부부들은 다시 희망을 품습니다.
진정 그대들은 주님을 기쁘게 하시는 귀한 보석과도 같은 분들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결심이다” 이제 결심을 했으니 실천만이 남았습니다. 온 세상은 많은 꽃들이 예쁘게 피어있는 계절의 여왕 5월이지만 그네들도 숨죽이고 있는 요즘이지요.
그래도 우리는 이쁘게 살아가야겠지요.
주님께 가는 그날 그 시간까지.
함께 주말 체험을 나눈 동기 부부님들께도 사랑을 전합니다.
모두모두 고맙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