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 베드로 ♥ 황○심 크리스티나 부부
♥ 찬미예수님!
제 옆에 있는 배우자는 황옥심 크리스티나입니다. 제 배우자 ‘티나’가 사랑스러운 점은 밤새워 말해도 다할 수 없겠습니다. 최근 사랑스럽게 느낀 일은 ME 주말 참여 권유를 극구 마다하더니 내 말 한마디에 흔쾌히 응낙(應諾)해 주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어렵사리 다녀온 ‘주말’로 60대 노부부는 지금 신혼 시절 기분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41년차 부부, 지난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간 진행된 ME주말 370차 24부부 중 가장 연식(年式)이 오래된 부부였습니다. 연애기간까지 합하면 43년 넘게 마주보고 지냈으니 숨소리만 들어도 서로의 마음을 감지할 수 있는 연륜(年輪)이지요. 주위에선 “원앙 같다.”며 부러워했고, 서로 사랑하며 모범적인 부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자부하며 살아왔습니다.
한 직장에서 30여년 봉직하다 정년퇴직 후에 스스로 잘 했다고 여기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늦깎이 가톨릭 신자가 되어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사랑하는 ‘티나’와 취미생활(댄스스포츠)을 함께 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실천해오고 있는 점입니다. 신앙생활 중에 잘한 두 가지를 선택하라면 주님 부르심으로 예비신자 교리교사가 되어 하느님 사랑을 나누고 있는 점과 이번 ‘ME 주말’ 참여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지난 연말 성 마리아요셉 성복동 성당에서 있었던 ‘혼인 갱신식’에 참가했었습니다. 그 때 ME 선배 교우님들께서 ‘주말’ 참가를 권하더군요. 남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티나가 “아니, 이 나이에 웬 ME?"하고 강한 거부감을 표했습니다. ME 선배들의 집요한 권유에, 티나는 ”당신은 왜 가만있느냐?“며 내게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도 남편을 ‘하늘’로 적어놓았던 티나는 ”난 가보고 싶은데….“하는 내 말 한마디에 순한 양이 되었습니다.
가부장적 권위와 순종하는 현모양처가 지고선(至高善)이라고 여기며 살아온 지난날들이었습니다. 그리 살면서 티나는 얼마나 많은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새겼을까? 눈에 띄지 않는 미세먼지가 오랜 세월 내려앉아 굳어진 더께처럼, 나의 잦은 음주와 독선․아집에 마음 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을텐데 굳이 외면하고 살아온 듯합니다. 아니 외면했다기보다 타성(惰性)이 되어 더께 진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나 봅니다.
사실 ME 주말 첫날과 둘째 날, 서로에게 너무도 익숙했던 우리는 무덤덤, 별 감정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날 ‘사랑의 편지 90/90’에서 티나는 가슴 깊숙이 응어리졌던 앙금들을 토로(吐露)하면서도 모두가 그러려니 여겨 사랑으로 감싸온 사실을 털어놓으며 흐느꼈습니다. 나의 작은 실수와 독선적 언행들이 티나에게 상흔(傷痕)으로 남아있는 걸 ‘ME주말’ 덕에 뒤늦게야 깨달았고, 늙으며 무뎌진 내 마음도 울컥하여 꺼이꺼이 목 놓아 울고 싶었습니다.
ME 주말 2박3일은 41년 전 허니문 때보다 더 큰 감동과 자각을 우리 부부에게 선물했습니다. ME주말 이후 한결 밝아진 티나의 표정과 가벼워진 발걸음에서 희망을 읽습니다. 곁에 잠든 티나의 온화한 얼굴에 40여 년 전 아리따운 갈래머리 처녀 모습이 오버랩되며 무한한 사랑과 주님의 은총을 느낍니다. 며칠 전 카톡으로 받아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은총의 메시지’ 말씀 중 한 구절을 되뇌어봅니다.
“율법아래서 은총아래로… 인간 본성의 가장 큰 변화, 참혁명….”
(참고/블로그포스트 http://blog.daum.net/gyihk/10493151)
ME 주말 총사령탑 윤종대 도미니코 신부님과 진행을 주도한 조아녜스&이펠릭스, 박로사&전요한, 박아가다&권베네딕도 부부님, 그리고 주말로 이끌어주신 본당 원율리안나 가정분과장님, 김데레사&김요한보스코 대표부부님을 비롯한 모든 ME 식구들 고맙습니다.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 함께 하시어 우리 영혼을 구원해 주신, 370차 ME 주말 동기(同期)^♥^ 이용훈 마티아 주교님! 정신철 세례자요한 주교님! 신동걸 바오로 신부님! 최인각 바오로 신부님! 사랑합니다. ME 주말의 은총을 내려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