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미카엘♥조○란 미카엘라 부부


"ME? '매리지'는 알겠는데 엔카운터는 또 뭐지?" 처음 'ME'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저희 부부가 동시에 느꼈던 궁금함이었습니다.

결혼 4년차, 뒤늦게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축복을 받았지만, 산전우울로 부부생활에 크고 작은 트러블이 생기던 와중,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신 어머님께서는 "신앙을 갖고 ME체험을 하면 저희 부부가 분명 좋은 방향으로 인도될 것"이라며 권하셨습니다.

부부가 동시에 세례를 받고, 마침내 ME를 체험해보고자 소속본당의 대표님을 찾아뵙고는 다소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록 나이는 은퇴를 앞둔 장년의 부부이셨으나, 겉으로 풍기는 아우라와 특히 부부간에 따스한 눈빛을 교환하는 등, 마치 첫 연애를 하는 커플 마냥 장난스런 행동에 천진함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존 정서상, 특히 처음 보는 남들 앞에서도 부부간의 애정을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뭐지? ME가 대체 뭐길래…?!'하는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첫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처음 접한 '아론의 집'은, 마치 동화에 나오는 숲속의 교회처럼 신비하고 포근하면서도 경건함이 묻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비록 아는 얼굴 한 명 없이 찾아온 저희 부부였지만, 낯선 장소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낄 틈도 없이 시작부터 따스한 환대와 반갑게 맞아주시는 봉사자님들 덕분에 금세 편안한 마음으로 주말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서 주말을 체험하신 봉사자님과 함께 등장하신… 신부님?! 초보 신자였던 저희 부부에게 신부님이란, 먼발치에서나 바라보던 거리감이 느껴지던 그런 존재이셨으나, 주말 체험자들에게 따뜻하고 정다운 위로의 말씀과 함께 당신께서도 저희와 같이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을 겪으시는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혼 전, 수 년 간의 연애시절에도 저희 부부는 그 흔한 손편지 한통 교환 없이, 단지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오간 기억밖에 없었기에, 처음엔 손수 편지를 쓴다는 것이 큰 고통이자 난감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작은 글귀 한줄 쓰는 것마저 끙끙거렸지요. 그런데 몇 차례 마치 '쪽지' 같았던 편지가 오가면서 점차 '아, 손수 쓴 편지라는 것이 이런 힘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불편했던 기억을 말로 표현하면 으레 다툼으로 번지게 마련이었고, 좋았던 기억을 말해도 그 기쁨이 크게 와 닿지 못했었지요.
그러나 편지에서 읽은 서로에 대한 불만은 저희 부부에게 분노보다는 미안함과 반성의 마음이 일게 했고, 갈등과 싸움으로 번질까 미처 꺼내놓지 못했던 마음 속 응어리의 보따리를 조금씩 펼쳐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불행의 기억으로, 우울증 약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던 마음의 상처…
표현에 서투르고 억눌려왔던 감정은 주말을 체험하며 하나하나 과제를 수행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고, 배우자에게 품었던 불만도 점차 서로에 대한 위로와 연민으로 변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이루어내지는 못하더라도, 병원에서도 해결해주지 못한 마음의 병이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을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어떤 모임에 조차 속하길 귀찮아하던 못났던 저희 부부… 비록 어머님의 권유로 시작했던 신앙과 주말 체험이었지만, 저희 부부에게는 마치 누군가가 인도해주신 길에 이끌린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큰 선물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