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대화

주말후기

수원ME 469차 주말을 다녀와서 (2023.05.19 ~ 21)
관리자
 
2023-11-20
헤어질 결심을 사랑할 결심으로

동탄 반송동성당 바오로 ♥ 파올리나

ME가 좋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들었지만 사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사람은 절대 안바뀐다는 어른들 말씀처럼 사실 저의 생각도 크게는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와 바오로는 사실 의견과 주장이 서로 강한 사람들이였기 때문입니다.

불교 집안이였던 저는 이미 알고 있던 사이라 짧은 연애 후 개종하여 결혼하였고 짧은 신혼 생활 후 아이의 출산과 동시에 저의 직장과 바오로의 직장은 서로 떨어졌으며 바오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아이와 함께 4대가 같이 사는 시댁으로 전 혼자서 1년을 따로 살게 되었습니다. 1년 후 저는 드디어 세 식구가 함께 살 수 있다는 기쁨과 동시에 4대가 모여 사는 시댁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가슴 한편이 답답했고 마치 사막 한가운데 혼자 떨어져 있는 두려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믿을 건 바오로 밖에 없었지만 바오로는 결혼 전 생활하던 대로 돌아갔고 저는 시할머니에 시부모님, 그리고 시동생과 시누이까지 있는 곳에서 고군분투중이였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는 제 입장에서는 아이를 키워주시는 시어른들께 불편한 마음보다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됐습니다.

그사이 바오로에게 어머니와 불편했던 점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면 " 우리엄마가?? 에이~ 설마, 나한테는 안그러는데?" 라는 말로 나를 이해할수 없다는 듯이 대할 때마다 결혼을 후회하면서 남편에 대한 신뢰가 삐걱거렸고. 둘의 사이는 크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지만 제 마음속 서운함과 속상함이 결국 우울증으로 나타나면서 분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분가 후에는 둘의 사이가 좋아진 듯 했으나 어느 부부처럼 서로가 의견 주장이 강하다 보니 불편한 진실은 애써 외면한 채 일상적인 대화로만 문제 없는 듯이 지냈습니다.

결혼 후 22년 째 되는 해에 저희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다음 해 1년 만에 저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나니 장녀였던 저는 남동생들만 있던 상황에서 의지할 곳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그러던 중 바오로는 저를 위로해주고 챙겨줬지만 저희 막내의 일탈과 힘듬의 시기까지 겹쳐졌을 때 저는 아이를 믿고 바라보며 기다려주자고 했으나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의 기질을 타고난 바오로는 딸아이의 걱정과 근심 속에서 본인 감정을 추스르기에도 버거워 보였습니다. 그사이 다툼은 잦아졌습니다..

성당에서 전례 봉사로 부부가 같이 하니 보기 좋다는 말들을 주변에서 하셨고 서로 애는 쓰고 있었으나 사실 남들 보는 것 좋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모든 것이 힘에 겨워 바오로와 부딪히는 일이 자주 일어났고 진지한 이야기를 통해서 각자 퇴직 후에는 장남 장녀로서 부모님 기대에 맞추느라 살아보지 못한 각자의 삶을 살기로 합의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바오로는 내심 표현은 하지는 않았지만 위기감을 느꼈고 우연히 미사 중 성당 주보에 실린 " ME신청"이라는 글이 눈에 크게 들어와 미사 후 바로 인터넷 신청까지 마친 후 저에게 상의 없이 신청하고 통보하듯 말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저도 크게는 반대 없이 그러자고 했습니다. 되려 고맙다고 말하는 바오로를 보며 속으로 "간다고 우리가 얼마나 달라지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입소한 첫날 바오로는 딸아이의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저는 발표 부부님의 사례와 다른 부부들의 이야기를 듣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옆에서 같이 눈물을 흘리던 바오로를 보면서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둘째 날 바오로는 조금씩 딸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저만을 생각하려고 애썼으며 대화 후 잠깐 누워 창 밖으로 바람에 움직이는 나무를 보는데 갑자기 불현 듯 "남은 시간을 바오로와 함께해도 되겠다" 라는 생각이 떠올라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부터 바오로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성령이랄까...
아님 은총을 입었다고 해야할까.. 사랑하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결혼생활에서 봐 왔던 바오로가 아니라 짧았던 신혼이였지만 그때 봤던 듬직한 바오로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바오로는 저도 몰랐던 저의 어린 시절의 모습 속에서의 상처를 알게 되었고, 지금 나의 행동이 그때와 연관성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으며, 결혼생활 중에도 억울함과 서운했던 감정들을 진심으로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해 주었습니다.
서로의 깊은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시간임을 ME를 통해 느꼈고 2박3일 동안 치유하기에 부족했던 부분은 469차 ME를 재미있는 유머로 어색함을 풀어 주시고 항상 유쾌한 웃음으로 본인의 진솔한 사제로서의 경험담을 들려 주시며 이끌어 주신 박현배 야고보 신부님과 솔직한 사례를 발표해 많은 공감을 이끌어 주신 발표 부부님들께서 채워 주셨습니다.

주말에서 느꼈던 환희와 감동을 느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또, 부부간의 어색한 상황에서는 끊임없이 10/10과 사랑할 결심을 마음에 되새기면서 끝없이 노력하여 주님이 보시기에 좋은 부부, 아이들이 보기에 좋은 부모, 이웃에서 보기에 좋은 이웃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469차 ME부부를 위하여 봉사해 주신 박현배 야고보 신부님과 발표 부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각 가정에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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