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대화

사랑의편지

배우자와 친밀했던 때를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토마스 모어 + 아녜스, 영통성령성당)
신*수
 
2021-02-14
배우자와 친밀했던 때를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

은총의 주님
산위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제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빛남으로 이 세상을 밝히시는 그 여정에 저를 불러 주시고 함께 하여 주소서.

사랑하는 아녜스
어제 밤에 당신이 많이 보고 싶었고 이렇게 떨어져서 고향집에 혼자 내려와 있지만 나의 삶이 의미 있는 것이 바로 당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고마웠어.

당신과 친밀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당신과 함께 공부했던 신림동 시절이 생각나, 당신과 점점 가깝게 되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고, 당신의 모든 것을 다 사랑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가 어제 같은 데 벌써 20년의 시간이 되어 가는 것 같아.

그때를 생각해 보면 노란 개나리꽃이 너무도 눈부시게 피었고, 이후 그 파란 생동감 넘치는 줄기와 잎이 그 긴 길이를 늘어뜨렸던 것처럼, 항상 당신이 그립고 사랑스러워.

내가 당신덕분에 시험에 되고, 당신과 함께 소중한 우리아이들을 얻게 되고, 지금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당신 덕분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더 감사드려.

사랑하는 아녜스
오늘 저녁을 마치면 집에 들어갈 수 있고 나름 꽤 긴 시간의 휴가를 얻어서 마음이 들뜨고 어떻게 하면 당신과 많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

당신의 남편 토마스 모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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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와 친밀했던 때를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

모든 일의 주관자이시며 선하신 예수님. 저와 저희 가족의 모든 일들을 당신의 손앞에 봉헌합니다. 저희와 함께 하시며 저희를 지켜 주소서.

사랑하는 토마스 모어.

각자 자신의 본가로 돌아가 지냈던 이번 명절은 마치 당신과 결혼하기 전 보냈던 그런 명절 같은 느낌이었어요. 오랜만에 명절에 딸을 먼 곳으로 보내지 않고 함께 보내게 된 부모님은 너무 행복해하시고 만족해하셨지만, 나는 마치 무언가 잃어버린 듯 그런 조금은 쓸쓸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당신이 있었던 그리고 있어야할 자리였던 거였겠죠. 항상 활기를 주던 든든한 당신이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작년 한 해는 유독 여러 가지 면에서 쉽지 않았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당신과 친밀하게 지냈던 시간이 과연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우리는 물리적으로도 떨어져 있었던 것 같아요. 서로의 겪어 내고 있는 힘든 시간에 대해 당신은 나에게, 나는 당신에게 많이 탓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이번 명절에 집안을 대청소하며 당신과 지냈던 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어느 해 여름 당신이 장기간 해외로 나가게 되었을 때 해 주었던 대 청소가 떠올랐습니다. 임신한 몸이라 대청소 자체가 버거워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끝내 당신은 하루 종일 혼자 집안의 모든 가구들을 옮기고 쓸고 닦아냈었죠. 당신이 해외에 나간 후에야 정돈된 집안을 보며 당신의 염려 섞인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든든하고 행복한 마음이 올라와요. 비록 떨어져 있어도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 그리고 빈자리가 쓸쓸함이 아니라 곧 채워질 것이라는 기대감. 그런 마음들이 나를 지탱하고, 아이들을 지키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사랑하는 아녜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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