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주님
저희와 함께 그리고 저희 안에 머물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율리아,

바쁜 가운데 정신없이 가족의 여행준비에 집안 정리에 신경쓰느라 피곤한 모습을 보다, 겨우 당신을 일에서 끄집어 내어 텐앤텐 나눔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많이 힘들지요. 2년만에 직장 복귀도 앞두고 있으니 마음 또한 심란할까 싶어, 갑자기 부는 찬 바람에 겨울을 뚫고 막 피어난 새싹이 고달플까 우려하듯 걱정스럽습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2년의 휴식시간이 이렇게도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동안 당신은 못다한 효도를 하느라 또 아껴두었던 모성애를 쏟아내느라 제대로 쉴 틈도 없었지요.

갑작스런 어머님의 암투병
그리고 아이들의 입시까지 뒷바라지 하는 동안
나는 당신안에서 우러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보면서 참 놀랐습니다.

어느새 아이들이 자기 갈길을 가려고, 잠시가 될지 이제 시작이 될지 모르는 길을 나서게 되었네요
그동안 당신은 아이들의 버릇없는 투정을 받으며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고
어머님 건강이 혹여 나빠질까 매일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었는데. 배우자로서 큰힘이 못되어준것 같아 아쉽습니다.
아이들이 다 큰 모습을 보며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는 내가 혹시 원망스럽지는 않았을지...

사랑하는 율리아,

분투하며 보낸 시간들이 당신에게는 참 보람있었으리라 생각해요.
당신이 늘 어머님을 보살피고 또 아이들을 잘 돌보고 싶다고 늘 말했던 것을 기억하니까요.
비록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한창 때의 젊음이 지나가 버린 것을 깨닫게 된 지금이고,
기다리던 새해 첫날의 해가 안개속에 가려 어느새 중천까지 올라왔음을 알게 된 것 처럼
아쉽고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어제까지의 일출도 멋졌을 뿐 아니라, 또 내일 뜨는 해는 더 멋질 것이기에 믿고 기다리면 되니까요.

말이 나온 김에
우리 두 부부 내년에는 함께 새해를 맞이하러 갑시다.

가서 우리 혼인할 때 했던 다짐을 되살려봐요.
둘을 연년생으로 낳고 힘껏 키운 뒤에
맘껏 즐기며 살자는 다짐, 기억 나나요?
그 때가 우리 눈앞에 있네요.

우리의 남은 시간을 위해
당신의 건강을
넒고 깊고 풍성한 주님의 사랑이 당신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당신이 자랑스러운
요아킴 드림



†찬미예수님

저희들의 어리석음으로 만든 미세먼지를 단비와 바람으로 날려주신 주님 감사드립니다.
제 마음속의 갑갑한 먼지들도 주님의 은총으로 씻어주시길 청합니다.

사랑하는 요아킴,

오랜만에 먼 길 다녀오느라 지쳤을텐데, 그 와중에도 제가 힘들진 않은가 살펴주며, 설거지까지 말없이 도와주는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문득, 우리아이들이 떠날 때가 왔습니다.

그동안 당신과 내가
우리 아이들이 스무살 성인이 되는 그 때까지, 무사히 그리고 잘 키워내야 한다는 목표로,
많은 것을 포기하며 달려왔습니다.

우리가 가졌던 그것보다 더 큰 사랑과 이해와 너그러움으로 우리 스스로를 확장시키려 노력해 온 날들에 조심스레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과 함께여서 참 다행이고 감사했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군입대로 그리고 기숙사로 떠나가는 아이들의 분주함을 지켜보고 있자니
제 할일을 다 했다는 듯, 이제는 말라버린 나뭇잎을 마저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는 초겨울 나무가 된 것처럼
마음에 생기도 없어지고 숨쉬기도 벅차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이유없이 눈물이 나기도 하는 텅 비어 버린 것 같은 날들이지만
이제부터는 당신과 저를 위해 채워가는 날들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기쁜 희망도 생깁니다.
앞으로의 시간에도 당신과 함께일 것이 참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율리아드림